2026년 7월 23일 목요일

데미스 하사비스 — AlphaFold 이후 AI 과학을 밀어붙이는 사람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를 챗봇 경쟁의 인물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는 Google DeepMind 공동창업자이자 CEO이고, AlphaGo와 AlphaFold를 거쳐 지금은 AlphaGenome, Genie 3, Game Arena 같은 주제를 함께 말합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AI를 말 잘하는 도구가 아니라, 복잡한 세계를 모델링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보려는 태도입니다.

국내에서는 하사비스를 2016년 이세돌 9단과 AlphaGo 대국의 배후 인물로 기억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 장면은 한국 사회에 AI 충격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하사비스의 더 큰 분기점은 그 이후였습니다. 게임에서 다진 탐색과 강화학습의 감각을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과학 문제로 옮겼고, 그 결과가 AlphaFold였습니다.

단백질 구조, 유전체 염기서열, 가상 세계 시뮬레이션이 하나의 연구 지도처럼 연결된 AI 과학 개념 이미지

<AI 과학 연구 지도 1.1>

AlphaFold가 바꾼 것

노벨상 공식 발표는 2024년 화학상 절반을 데미스 하사비스와 존 점퍼에게 수여한다고 밝혔습니다. 수상 사유는 단백질 구조 예측입니다. 노벨위원회는 AlphaFold2가 50년 난제였던 단백질 구조 예측에서 돌파구를 냈고, 연구자들이 확인한 2억 개 단백질의 구조 예측에 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Google DeepMind의 AlphaFold 페이지도 같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2020년 CASP14에서 성능을 인정받고, 2021년 Nature 논문과 코드 공개, 2022년 EMBL-EBI와 2억 개 이상 단백질 구조 예측 공개, 2024년 AlphaFold 3와 AlphaFold Server 공개로 이어졌습니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190개국 이상에서 300만 명 넘는 사용자가 활용한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AlphaFold가 “신약을 자동으로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은 연구 가설을 줄이고 실험 방향을 좁히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 약물 개발은 독성, 임상, 규제, 제조, 비용을 거칩니다. 하사비스의 성과는 AI가 과학자를 대체했다는 말보다, 과학자의 탐색 공간을 크게 줄였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구분 대표 사례 의미
게임 AI AlphaGo, AlphaZero 명확한 평가장에서 지능을 검증
과학 AI AlphaFold, AlphaGenome 연구 도구로 쓰이는 모델
월드 모델 Genie 3 행동 결과를 예측하는 가상 환경
평가 Game Arena 문항 점수보다 장기 작업을 측정

최근의 관심: 유전체, 월드 모델, 평가

하사비스 관련 최근 흐름은 세 갈래입니다. 첫째는 AI 과학의 확장입니다. Google DeepMind는 AlphaGenome을 발표하며 최대 100만 개 DNA 글자를 입력으로 받아 유전자 조절과 관련된 특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소개했습니다. 다만 공식 설명은 연구용 API이며 직접 임상 목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이 문장이 중요합니다. 생명과학 AI는 빠른 예측만큼이나 사용 범위의 경계가 중요합니다.

둘째는 월드 모델입니다. Google DeepMind는 Genie 3를 텍스트 프롬프트에서 상호작용 가능한 동적 세계를 만드는 모델로 소개했습니다. 단순히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에이전트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시뮬레이션하려는 방향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작업을 맡으려면 “내가 행동하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더 잘 예측해야 합니다.

셋째는 평가입니다. Google DeepMind와 Kaggle의 Game Arena는 모델을 전략 게임에서 겨루게 해 장기 계획, 적응, 추론을 측정하려는 시도입니다. 기존 문항형 벤치마크는 데이터 오염과 점수 포화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은 승패가 분명하고 상대가 바뀌며 난도가 계속 변합니다. AI 성능을 더 실제 작업에 가깝게 보려는 움직임입니다.

ABC News 인터뷰에서 하사비스는 AI가 질병, 에너지,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일자리 충격과 국제 기준을 함께 언급했습니다. Cleo Abram 인터뷰 설명에서도 AI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훨씬 강한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표현을 과장 광고보다 숙련자의 레버리지가 커지는 현상으로 봅니다. LLM을 검색창처럼 쓰는 사람과 검증·실험·도메인 지식을 결합하는 사람의 차이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독자에게 주는 힌트

첫 번째 힌트는 AI 경쟁이 모델 크기 경쟁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AlphaFold의 힘은 GPU만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명확한 문제, CASP라는 공개 평가, EMBL-EBI와의 데이터베이스 협력, Nature 논문과 코드 공개, 연구자 커뮤니티의 피드백이 함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의료 AI, 제조 AI, 반도체 설계 AI, 로봇 AI를 말할 때도 비슷한 질문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공개적으로 성능을 비교할 평가장이 있는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정리하는 인프라가 있는가. 논문 이후 실제 연구자와 엔지니어가 매일 쓸 수 있는 도구로 만들었는가.

두 번째 힌트는 상업화가 긴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AlphaFold가 큰 돌파구였지만 신약 개발은 여전히 임상과 규제의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AI 스타트업도 모델 성능만 앞세우기보다 데이터 품질, 실험 설계, 규제 문서, 파트너십, 안전성 검증을 어떻게 통과할지 보여줘야 합니다.

세 번째 힌트는 평가 방식입니다. AI 코딩 도구도 “코드 몇 줄을 빨리 만든다”보다 “테스트 실패를 읽고 고칠 수 있는가”, “보안 경고를 무시하지 않는가”, “기존 코드베이스 맥락을 유지하는가”를 봐야 합니다. IT Coconut에서 다룬 AI 코딩 논의와도 이어집니다. 벤치마크보다 작업장 평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DeepMind의 방식을 그대로 한국에 옮길 수는 없습니다. Google DeepMind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 데이터 접근성, 세계적 연구 인재를 가진 조직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나 대학 연구실은 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정 산업 현장의 고품질 데이터, 규제 이해, 빠른 실험 루프, 해외 모델을 안전하게 조합하는 엔지니어링 능력이 현실적인 차별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

제가 하사비스를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그가 “AI를 어디에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오래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AI 리더가 제품 출시 속도와 시장 점유율을 말할 때, 하사비스는 여전히 게임, 과학, 시뮬레이션, 평가를 함께 말합니다.

AlphaFold의 사례는 AI 업계가 놓치지 말아야 할 기준을 줍니다. 좋은 AI 성과는 화려한 데모에서 끝나지 않고, 문제 정의와 공개 검증, 커뮤니티 사용, 한계 고지, 지속 운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AlphaGenome이 연구용이라는 선을 긋는 태도도 이 기준에 포함됩니다.

국내 AI 생태계가 배울 점은 “DeepMind 같은 거대 연구소를 만들자”는 구호가 아닙니다. 평가장을 먼저 만들고, 연구 결과를 실제 도구로 바꾸고, 도메인 전문가를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로 세우는 일입니다. 하사비스의 커리어는 AI가 콘텐츠 생성 도구를 넘어 과학의 실험 방식과 모델 평가 방식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 변화가 긴 검증과 책임을 요구한다는 점도 같이 보여줍니다.

참고한 핵심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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